누가 어느 장소를 찾든 그 장소를 찾은 제각각의 목적이 있을 것이고
같은 장소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장소들 중에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아마도 대부분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는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나는 도서관에 들어서면 꼭 이 곳이 내게만 전해주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고
믿어버리곤 한다.
내게 도서관이라는 곳은,
예과 시절에는 외부와 단절된 나만의 자아를 느끼는 공간이기도 했고
본과에 진학해서는 학구열을 발산하는 공간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외부와 연결된 나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 곳은 내가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안정감을 제공했으며
때로는 내가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월감을 심어주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모임장소이기도 했으며,
여러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_-
나는 학생시절에는 도서관을 분명히 좋아한다고 믿었을리는 없는데
돌이켜생각해보니 은근히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도서관에 동시에 존재하는 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모두 즐겼다.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은근히 즐기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누가 나보고 맨날 도서관에만 가냐고 물으면 부끄럽기도 했지만,
누군가 너는 도서관에 참 열심히 가는구나 라고 말하면 뿌듯해했다 -_-)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만화책을 읽은 날도 있고,
하루종일 전산실에서 컴퓨터만 하기도 했으며
하루종일 화장실 앞 공간에서 수다만 떤 적도 있고
반대로 도서관에 오자마자 가방만 던져놓고 PC방에 가서 문닫기 직전에 와서
가방만 찾아간 날도 수두룩하다.
그런 도서관을 오늘 오랜만에 찾았다.
도서관은 하나도 안 변한 동시에, 엄청나게 변했다.
도서관 자체의 모습은 모두 유지한채 그 도서관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모두 바뀌어버렸다.
풋풋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뭔가 더 성숙한 자세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한결 깨끗해 보였다.
뭐 나는 이제 공부하러 도서관에 온 것도 아니고,
한쪽 구석에 앉아 소설책이나 읽고 있지만
예전 기억들을 물씬 일깨워주는 이 곳이 마냥 반갑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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